MOD9
  • [MUSINSA INTERVIEW]데님 위에 펼쳐진 예술
    | 2016-02-23 16: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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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님 위에 펼쳐진 예술

    모드나인 실장 장민수 인터뷰


    에디터: 최아름 | 포토그래퍼: 민현우



    각자의 취향대로 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멋있어진다. 적당한 물 빠짐과 자연스러운 보풀도 좋게만 느껴진다. 데님이 가지고 있는 이 묘한 매력 때문에 지난 10년 간 외길 인생을 걸어 온 브랜드가 있다. 모드나인(Mod.9)은 이런 데님을 캔버스 마냥 두고 바지 이상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왔다. 질 좋은 원단, 합리적인 가격, 독특한 스토리텔링. 무신사 매거진이 뽑은 3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 본다.


    무신사(이하 무) 모드나인은 홍보 채널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 같다.

    장민수(이하 장) 카페, 블로그, 홈페이지가 있다. 카페의 비중이 좀 큰 편인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사소한 것까지 다 피드백을 줘야 하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문제가 커지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을 피할까 생각도 했지만 고객의 생각이 알고 싶다는 우리의 운영 취지에 맞추기 위해 정면승부를 택했다. 우린 자신이 있었으니까. 안 좋은 피드백이 있어도 잘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편이다.


     홈페이지에는 ‘사고 팔기’ 메뉴도 있던데. “모드나인 홈페이지에서 청바지가 중고거래 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구매 후기 게시판에 자꾸 판매 글을 쓰는 분들이 있길래 그걸 방지하기 위해? (웃음) 우리 제품은 대부분 한정 생산 되기 때문에 금방 품절이 되는데 그걸 못 구한 사람들이나 팔려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 같았다. 지나간 시즌의 제품을 구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그래서 게시판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자체 운영 채널 외에 광고를 딱히 하지 않는데도 팬덤이 대단해 보인다.

     청바지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가 힘을 쓰지 못했던 시기에 시작 했다. 다양한 청바지가 없었던 시기. 그때부터 우린 특이한 것들을 많이 선보이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데님 마니아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게 된 것 같다. 매번 제품을 만들 때, 단순히 예쁜 제품이 아니라 수집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 것이 어필이 되어 소비자가 많이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수집하게끔 만든다?

     우리에겐 시즌이 없다. 대신 대부분의 모델에 주제가 있다. 정해놓은 주제 아래 제품명을 만들고 그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바지를 통해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하나하나 다른 이야기가 담긴, 그런 청바지들을 수집하고 싶게 만든다는 뜻이다. 나 스스로도 원래 수집욕이 많은 편이라 이런 성향이 제품을 만들 때도 좀 녹아 난 것 같다.


     주제?

     ‘Space’ 라고 우주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주제로 콜렉션을 만든 적이 있다. 그 안에 ‘Star man’이라는 제품이 있었는데 그 ‘스타맨’은 우리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였다. Rainy Planet(비가 1년 내내 오는 행성)에 있는 우주인. 비에 젖어 진한 색이 된 그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비에 젖은 진흙길을 걸었을 때 튄 진흙의 느낌도 디테일로 넣고. 바지를 만든다기 보다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제작했던 것 같다.


     제품 택이나 로고, 탭의 디자인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디자인 철학도 소장가치의 연장선에 있다. 허리탭 같은 경우는 60년대 영국 귀부인을 모티브로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특별한 계층. 하지만 우리는 시대와 계층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모드나인이 전해지길 바랐다. 그래서 스피커를 통해 그를 알린다는 콘셉트의 디자인을 하게 됐다. 이런 디테일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다.


     듣다 보니 나도 갖고 싶어진다. 여자 사이즈 전개에 대한 생각은 없나?

     물론 여자 사이즈도 만들 계획이 있다. 청바지 역사 자체가 처음에는 남자만의 전유물이었다는 그 오리지널리티를 쫓다 보니 자연스레 남자 사이즈만 전개해 온 것 같다. 여성용 라인이 출시 되고 있진 않지만 곧 만나볼 수 있도록 할 계획에 있다. 아 그리고, 현재 판매중인 제품도 이미 여자가 입기에 무리가 없다. 모드나인 멤버 중 한 분이 여자인데 우리 데님을 잘 입고 다닌다.


     그러고 보니 그걸 묻지 않았다. 모드나인의 뜻이 뭔가?

     두 가지 뜻이 있다. 모드(Mode)는 어떠한 상태를 뜻한다. 모드나인(Mod.9)은 곧 ‘9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10진수에서 가장 큰 상태가 9라 ‘꽉 찬 최고치의 상태’를 이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다른 하나는 모드족에 기원을 둔다. 기존의 틀에 대항하는 모드족들의 반항적인 정신을 옮겨오자는 뜻을 담고 있다. 돈도 없는데 비싼 것을 사 입고, 기성 세대에 대한 반발심이 있고 하는 그런 재미 있는 것들. 이런 정신이 청바지와 닮아 있다 생각했다.


     모드나인의 처음이 궁금하다.

     나는 사실 청바지를 좋아하는 마니아 중 하나일 뿐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접했고 중학생 시절에는 청바지 때문에 성인용 부츠를 사기도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 지금을 있게 한 것 같다. 그렇게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 참고로, 지금 내가 신고 있는 부츠가 중학교 2학년 때 산 것이다. (웃음)


     디올옴므(Dior Homme) 같은 브랜드의 레플리카로 시작 했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

     맞다. 레플리카(Replica)는 무언가를 ‘복각 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난 일본에서 배워 왔다. 서양인들이 만들던 데님을 가지고 일본 스타일에 맞게 ‘복각진’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레플리카 문화의 시초였다. 십 수년 이어진 복각 문화를 통해 아마도 그들은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기초로 더 좋은 바지를 만들었겠지? 우리도 그걸 똑같이 적용하고 싶었다. 서양의 하이엔드 브랜드 혹은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지는 것들을 복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첫 대상이 디올옴므였다. 그들이 즐겨 하는 워싱이나 제작기법 같은 것을 복각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게 모드나인 론칭을 앞둔 준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레플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 복각진 붐이 일어났을 때 리바이스(Levi’s) 가죽 탭의 디자인을 패러디 한 곳이 있었다. 당연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러한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하나의 문화가 되기 시작했고 거기서 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뿌리를 내리게 된 셈이다. 일본의 프리미엄 진 브랜드 ‘모모타로’도 그렇게 시작한 케이스다. 법적 공방까지 치를 만큼 정당성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모모타로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진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모모타로’와는 결국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좋은 원단을 쓰려고 했고 계속해서 부딪혀 보고 싶었는데, 그런 우리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았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여전히 데님 하면 일본과 이태리를 최우선으로 꼽으니까. 좋은 약품과 원단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제작 기법에 대해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모모타로 대표님과 연결이 되었는데 지금의 모드나인이 마치 당신의 젊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며 먼저 협업 제의를 해주셨다. 다행히 좋은 결과물이 나와주었고 반응도 굉장히 좋았어서 뿌듯한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일화다.



     


     좋은 원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원단 얘기를 좀 들어보자.

     데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원단을 쓴다. 일본산 원단을 쓰는데 그 중에서도 퀄리티가 좋다고 소문난 원단을 쓴다. 이스코社의 제품 중에서도 최상위 라인의 제품을 쓴다.


     원단이 그렇게 좋으면 가격대를 맞추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가난하다. (웃음) 다가가기 쉬운 가격대로 청바지를 만들다 보니 운영상으로 힘든 점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무조건 최고급 소재만을 쓰려고 한다. 패치나 지퍼 같은 부자재도 소위 말하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동일한 퀄리티의 제품을 쓴다. 대신 마진을 적게 잡았다. 소비자가격이 80만원을 넘나드는 데님 제품과 같은 원단을 쓰지만 가격대를 대폭 낮췄다. 모드나인의 핵심이 사실 이 부분인데, 소비자들이 알기 어렵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모드나인의 체크포인트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속된 말로 가성비가 ‘짱’이다. 정말 좋은데 매우 저렴하니까. 세계에서 가장 좋은 청바지를 꼽아 보라고 하면 물론 많은 브랜드가 거론 되겠지만, 가성비를 놓고 보면 우리가 최고가 될 거 라고 감히 자부한다. 저렴한 가격대를 책정하고 거기에 맞춘 저가 원단을 쓰는 타 브랜드들과는 이미 처지가 다르다. 진정으로 청바지를 생각하는 사람과 브랜드라면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모드나인의 주무기는 뭔가?

     ‘유니온 스페셜’이라는 미싱기가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체인 스티치를 만들 때 사용했던 장비다. 옛날엔 다 이걸로 작업을 했다고 봐도 될 정도인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난 케이스다. 사실 지금 쓰기에도 너무 느린데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낡은 듯 하고 오가닉한 느낌. 그 느낌을 알고 있는 일부 프리미엄 진 브랜드에서는 한 때 시중에 나와있는 유니온 스페셜을 싹 쓸어 가기도 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이 기계를 사용한 지는 이제 5년 정도 됐는데, 미국에서 어렵게 수소문해 고이 모셔온 기억이 있다. 이게 우리의 주무기다.


     그럼 가장 애착이 가는 모델은 뭔가? 어려운 질문일까?

     내겐 다 특별한 자식들인데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톰즈 러스티 팬츠(Tom’s Rusty Pants)’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197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노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만들어 2013년 겨울에 출시 한 모델이다. 노래의 가사가 이렇다. 톰이라는 우주 비행사가 기계 오작동으로 우주 공간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는 조금은 슬픈 내용인데, 지구의 관제탑에서 우주에 있는 탐에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뭔가”라고 묻자 톰이 티셔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청바지를 입고 있다는 가상의 설정을 한거다. 우주 공간 속에서 힘들었을 탐을 생각하며 컬러를 약간 빛 바랜 느낌으로 만들었다. 참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건 팁인데, 이 스토리텔링의 연작으로 반지가 곧 출시 될 예정이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운명을 달리한 톰이 우주 공간에서 천천히 미이라가 된다는 설정으로, 반지의 부식된 해골이 그의 얼굴을 형상화 했다는 이야기를 갖는 식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바지를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이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건 없나?

     새로 도전 해 보고 싶은 것은 딱히 없고, 그냥 상식적으로 청바지가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계속 도전 해 볼 생각이다. 청바지는 기술적으로 일반적인 옷과 많이 다르다. 데님이라는 소재 속 인디고가 입혀져 있는 상태나 위사, 경사로 짜여 있는 원단 같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색깔이 꽉 차 있는 상태에서 그를 긁어가며 오히려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 그런 느낌이다. 청바지도 미술, 예술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옷으로 접근 하기 보단 데님 자체를 작품이나 미술 쪽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데님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만들어진 걸로 끝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감성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기능적으로 입는 옷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에이징이 가능하니까. 인공적이고 화학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래 입었을 때에만 나타나는 그 특유의 촉촉한 느낌이 좋다. 자연스럽게 생긴 에이징, 워싱, 페이딩 등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모드나인이 지금부터 10년의 페이딩을 거친다면, 그 땐 어떤 모습일까?

     그럼 거의 20살 정도 됐을 때 일 것 같은데, 마니아뿐 아니라 대중들도 열광하고 찾는 브랜드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데님 = 모드나인’과 같은 공식이 성립할 수 있게. 일본, 이태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데님 3파전의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난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해외 브랜드의 퀄리티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모드나인의 목표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국내 일부 청바지 브랜드는 원단에 대해 자꾸 거짓말을 한다. 워낙 우리 국민들이 원단이나 소재에 민감하게 굴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단 수입 업체 사장님들의 항의가 급증했다. 자신들은 알지도 못하는 업체가 해당 점포의 원단을 썼다고 거짓 소개를 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뜻이다. 특정 제품에만 좋은 원단을 쓰고 전 제품에 동일한 원단을 썼다고 거짓말을 하는 곳도 있다며 소비자들이 주의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함께 실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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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현준
    정독했습니다. 장민수 실장님의 청바지에 대한 사랑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이렇게 열정을 쏟는 모습이 매우 멋지고 부럽기도 하네요. 이번에 펑크타운으로 모드나인 청바지를 처음 샀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청바지를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M D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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