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9

PART 1 - Bite W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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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상(咬傷)

    그것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왼쪽 가슴 언저리에 선명한 두개의 구멍. 그것은 교상(bite wound) 이었다.
    나는 단지 king crimson 의 Lady of the dancing water를 듣고 있었고 도로는 한적했으며 노란 고양 이 한마리가 언뜻 보였을 때의 그 순간 부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을 때 그 때부터 아무렇게나 편집된 기억의 영상이 영사기를 통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잘 손질된 정원이었고 공기는 약간 습했다.
    축축한 흙냄새와 갈색의 이끼가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었고 창살 모양의 검은 철제 펜스가 질서있게 잘 정 렬되어 있었다. 담벼락 옆으로 나있는 다듬어진 길을 따라 그녀와 나는 걷고 있었다.
    숲으로 들어가는 오르막이 보이기 시작했을때 그녀가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해가 지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숲 입구로 힐끗 시선을 던졌다. 그녀 역시 나의 시선을 따라 짧은 순간 숲 입구쪽을 쳐다 보았다. 왜인지 그곳을 의식했다는 사실은 숨기고 있던 것을 들킨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서둘러 말을 뱉어 내었다.
    "으응.. 돌아가야지. "
    그녀와 내가 다시 정원입구로 내려왔을때는 이미 해가 진후였다.

    역 앞에서 우리는 차가운 생맥주와 오징어튀김을 먹었다. 그 날은 떠나는 날이었다. 각자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했다. 나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꿈이 되겠지. "
    어딘가 아픈듯한 미소였다. 내가 어리석다는 느낌을 받으며 나 역시 그 말을 따라 했다.
    "아마 꿈이 되겠지. 그렇게 될거야."

    그녀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 왔고 그날 그녀는 떠났다. 남아 있는 여운. 그 정체가 무얼까를 생각하며 나 의 시간을 기다렸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정체모를 감정의 의미를 알아내기에는 짧은 시간 이었다. 예외없이 시간이 찾아왔고 나 역시 숲과 정원이 있는 그곳을 떠났다.

    나는 익숙한 곳을 걷고 있다.
    그 정원은 오랜 시간을 통해서 약간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지만 습한 흙냄새와 이끼낀 담벼락은 여전 히 그곳에 머물고 있고 그리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담벼락 옆 길을 따라 혼자 걸으며 그녀의 미소 를 떠올린다.

    숲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그곳에 서서 주변의 풍경을 다시 한번 천천히 바라본다. 공기의 향, 담 벼락, 정원, 나무들, 오솔길. 작은 발자국. 누군가 들어 갔던 흔적이 있다. 가슴에 난 교상에서 고통과 함께 피가 흘러나온다.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숲의 입구에 발을 내딛는다.

    "아마 꿈이 되겠지.